<기자수첩>

어느 아역 출신 여배우의 몰락과 선택

어린시절 집 앞에 영화관이 있었던 까닭으로 그리고 평소에도 시간만 나면 영화관람을 즐기는 취미가 있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를 보는 편이다.

다만 공포영화나 내용이 어두운 영화, 그리고 소위 오컬트무비로 불리는 영화들은 그냥 패스하고 영화를 감상한다.

또 한 가지 피하고 싶은 영화 장르가 표현이 너무 극사실적인 영화도 걸러내고 보는데, 그중 아주 우연하게도 영화관이 아닌 TV 영화로 감상한 영화가 여러 장면들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원빈이라는 영화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아저씨이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전당포를 운영하던 극중 원빈은, 아동방임에 가까운 상태로 보여지는 이웃집 여자어린이를 알뜰하게 챙겨주던 중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영화가 전개된다.

피가 난무하는 잔인한 장면들과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가 넘쳐 어지러울 정도로 영화가 흘러가고, 느와르 영화의 클리세 그대로 원빈 배우의 눈부신 활약을 통하여 사건이 모두 해결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바로 그 영화에 아역배우로 출연하여 이웃집 어린이 역할을 천재적으로 소화한 아역 출신 여배우가, 며칠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사회적으로 또 다른 충격이 되고있다.

어린 나이에 영화계에 데뷔하여 유명세와 부를 거머쥔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러하듯, 그녀 또한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일으켰고 그로 인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스타덤에서 하루 아침에 몰락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당시 해당 여배우의 음주운전으로 비롯된 이미지 추락 소식과 함께 잔인하고 흉폭하며 살인적인 인터넷 댓글 이야기들을 전해 듣고, "저 여배우가 과연 남은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필자의 걱정과 기우대로 그 여배우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짧은 생을 마치고 유명을 달리하였다니,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고 일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잔인하다'와 '살인적이다'라는 표현조차 매우 부족하게 느껴지는 우리 사회의 인터넷 댓글들은, 새파랗게 날이 서 있는 횟칼보다 막강한 화력의 총보다 더 무섭고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무력이라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흔히 키보드워리어라 불리는 인터넷 댓글쟁이들은, 대상도 내용도 가리지 않고 물고 뜯고 씹으며 끝내 대상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례들을 수차례 보아왔기에 이미 우리나라의 불치병이고 암적인 존재로 치부하며 살았었다.

이제 그들이 씹으며 저주하던 대상이 사라졌으니, 또 다른 누군가 새로운 갈굼과 이지메 대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댓글금단현상'을 겪을 키보드워리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입이 열개라도 부족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음주운전을 한 여배우가 잘못한 것이지만, 재판을 통해 결정된 벌금을 물고 반성하고 자숙하며 지내온 시간을 봐서라도 스크린 복귀를 조용히 묵인하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의 아이들보다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 한번 '인터넷댓글'의 폐해와 흉폭함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낼 입법을 누군가 서둘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인터넷신문 인제뉴스 한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