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을 길잡이 교육’, 전형적 ‘예산낭비’ 사례

-이름만 바뀐 ‘마을리더 교육’ 의미 없어

-주민역량강화? “수료해도 써먹을 일 없다”

인제군은 지난 15일부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 길잡이 교육을 실시한다며 각 읍,면 별로 신청자 접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7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마을 길잡이 교육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자 숫자가 당초 기대한 40명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에 15일자로 재공고를 실시하고 교육생 모집에 노력하고 있으나, 계획인원이 모두 채워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상태이다.

군청 기획감사실에서 추진하는 마을 길잡이 교육은 지난 제3대 군수 임기 말인 2006년 시작되어 민선 4기를 거쳐, 회계책임자의 불법선거운동으로 당선이 무효가 된 전임 자치단체장 재임시인 2011년 초에 끝난 6년짜리 사업이 이름만 바꾼 것이다. 그나마 ‘퍼주기식 예산 집행’이라는 여론에 밀려, 20만원씩의 자부담금이 생겼지만 교육생 정원 40명으로부터 받게 되는 금액은 모두 걷혀야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

기획감사실에서는 지난해 마을 길잡이 교육 추진을 위해 예산을 신청하였다가 군의회에서 삭감을 당하였다. 이때 당시 모 공무원이 얼굴을 붉혀가며 예산안 통과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주민역량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군의회를 설득하여 2011년 2차 추경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그 예산이 반영되어 마을 길잡이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제군이 지난 6년간에 걸친 마을리더 교육에 쏟아 부은 예산은 무려 12억여원이다. 2006년 처음 실시된 1년차 교육은 인제군 기획감사실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영교육으로 실시하였고, 그 다음부터 2011년까지는 춘천의 모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독점으로 5년에 걸친 기간 동안 인제군 마을리더 교육을 전담해서 진행하였다.

본지는 지난해 실시된 마을리더 6기 교육과 관련한 예산집행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신청한 바 있었다. 이를 통해 2011년에만 2억여원 가까운 예산이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 가운데 인제군청 고위급 공무원들이 마을리더 교육생들에게 특강을 실시하며 강사료로 수십만원씩을 수령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마을리더 교육을 전담하고 있던 부서의 공무원과 또 다른 고위급 공무원도 수십만원의 강사료를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었으나, 군청 기획감사실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였다. 물론 정보공개 사유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운운하며 관련법에 의한 것이라는 조항을 들고 있었다.

기획감사실에서 정보공개를 거부한 사유는 마을리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던 춘천 모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보가 공개되면 개인의 정보가 공개되고 또한 해당 기관의 영업상의 비밀이기 때문에 제3자인 해당 기관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지출되는 예산이 현직 공무원에게 특강을 실시한 강사료로 지급되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것인데, 본 기자가 알고 있기로는 제대로 된 입찰절차도 거치지 않은 주민역량 강화사업에 물경 10억여원을 쏟아 부었고, 이 가운데 일부를 담당부서 공무원을 포함한 군청 고위급 공무원이 챙겼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되었건 이미 6차례의 마을리더 교육을 통해 약 300여명의 마을리더 교육수료생들이 배출되었다. 이는 대략적으로 각 읍,면별로 50명 가까운 마을리더 수료생들이 포진하여 있는 것인데, 그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이 마을 길잡이 교육을 외면하는 이유를 행정에서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마을리더 교육을 수료해도 지역을 위해 마땅히 써먹을 일이 없다는 것이 마을리더 교육 수료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사정이 이러한데 인제군에서 이름만 바꾼 마을 길잡이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인제군에서 마을 길잡이 교육에 참가할 주민을 모집하는 공고에서 관내 모 기관이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는 문구를 보았다.

해당 기관이 강원도에서나 전국적으로 얼마나 교육적 가치가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도 없어 함부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 기자가 지난해 마을리더 교육에 교육생 신분으로 들어본 해당 기관의 교육 내용은,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 제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지역상경기 침체로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평화니 환경이니 하는 이야기는 주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제군에서는 무엇 때문에 그리고 무슨 이유로 해당 기관을 교육기관으로 선정하여 마을 길잡이 교육을 진행하려는 것인지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해당 기관은 100억원 넘는 예산으로 매년 10억원 가량의 기관 운영지원금을 인제군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또 다시 수천만원이라는 예산을 해당 기관에 교육운영비로 지원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만일 인제군에서 진정으로 마을 주민들에 대한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면, 예산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워야 할 것이며 프로그램도 5년 동안 매년 같은 기관을 지정할 만큼 뛰어난 것이라면 같은 맥락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진행하지 못할 역량강화 사업이라면 군수 아니라 누가 추진하던 사업이라도 그만두어야 마땅하다. 교육생 40명에 대한 교육 예산이 고작 1억원이라면 사업추진이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해외연수를 포함하지 않는다니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해외연수가 빠진 역량강화사업은 매력이 떨어져 참여하려는 주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덧붙이자면 인제군은 이제라도 불통의 행정을 멈추고, 소통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고 싶다. 주민들이 외면하고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사업들은 누가 내어놓았건, 누구에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건 상관없이 모두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제읍에 추진 중인 전통시장 현대화사업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이미 북면 원통리의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의 실패 사례를 경험하였다면, 또다시 인제읍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이라는 미명아래 100억 여원이 소요되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사업은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재래시장 상인들과 해당 사업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100억원이라는 예산이 쓰이는 것에 대해, 대다수 주민들이 내용을 모르고 있기에 여론이 조용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사업이 본격화 되면 많은 주민들이 이러한 내용들을 알게 될 것이고, 사업자체를 적극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도 나서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미 열린 몇 차례의 공청회에 참석한 상인들과 주민들의 숫자가 2~30명이 안되는 숫자였던 것을 보아도, 인제읍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몇 명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몇 가지의 사례를 더 들어보면 민선4기부터 추진되고 있던 오토테마파크 건설사업과 함께 여초서예관 건립사업이며, 거의 포기한 단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대통령테마공원 조성사업, 만해마을과 청소년수련원, DMZ 평화생명동산, 하늘내린센터 건립, 38대교 건설공사 등이 정말 불요불급한 예산집행이었는지에 대해 정작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상태로 진행하였다.

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선출하게 되면서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지역의 유권자들로부터, 오로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집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제군청은 100억원이라는 예산을 다른 자치단체에서 지출하는 10억원처럼 쓴다는 말을 자주 전해 듣고 있었다. 그 말은 10억원 쓰는 것을 1억 정도 집행하는 것처럼 가볍게 예산 집행을 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몇백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쑥덕쑥덕해서 의회에서 통과시켜 버리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 군수나 공무원들, 군의원들이 그 빚을 갚을 것이냐는 말이다. 책임지지 못할 행정을 펼치고 있는데 따르는 각종 민원과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다리며 공원, 체육시설, 서예관, 자동차경주장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더 이상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자는 것이며 그런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에 지역 주민들이며 마을리더 교육수료생들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인제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연구원이니 대학교니 하는 기관들에, 적게는 몇 억에서 매년 수십억씩을 쏟아 붇는 한심한 짓거리를 제발 그만 두라는 것이다. 정작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연구원들이며 박사들이며 대학교수들이 그러한 사정들을 알고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행정이 제대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하면 예산을 쏟아도 그만큼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제 민선 20년이 다되어가니 깨달을 때가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자치단체장은 초보라고해도 20년 이상 공직에 근무한 고위급 공무원들은 지역실정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승진에 연연해서 바른말 하기를 꺼리다보면 지역은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고, 그 책임은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몫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주기 바란다.

한승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