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인제군, ‘브레이크’가 없다.

민선5기 이순선 군정이 출범한지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전임 군정책임자가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군수직에서 낙마하며, 재선거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장을 맡게 된 신임군수는 그간 숨 쉴 틈도 제대로 없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거과정에서도 패색이 짙었던 승부를 부재자투표에서 뒤집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현 군정은, 출범 초기부터 많은 군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아왔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사연이 많은 탄생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군정이, 초심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걱정과 탄성 섞인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단편적인 사례를 들어보자해도 민선5기 군정은 출범 초기 지역내 군소축제를 통폐합할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전하고 있었다. 소비적이고 예산 낭비적인 요소가 큰 각종 지역축제들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통합하여, 경쟁력 있는 한두개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민선5기 군정의 행정운영은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주민들의 평가이다. 축제 통폐합 건은 말할 것도 없고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인사부터 군정운영 전반까지, 시행하는 것마다 새로운 것도 없고 잡음이 뒤따르며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불만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행정관료 출신인 공무원을, 그것도 타 자치단체에서나 읍, 면장으로도 단 한번이라도 근무를 해 본 적이 없이,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공무원 생활을 하였던 사람을 3만 3천 군민을 대표하고 연간 2천2백억여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한 것 자체가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느냐고 말하는 주민을 여러 차례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다음번에는 좋아지겠지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5개월여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임기 2년 6개월짜리 군수가 5개월을 그냥 허송해버리면, 군정발전은 언제나 시킬 것이며 지역발전을 위해 내어놓은 자신의 공약사업은 언제 완성하겠느냐는 말들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러한 걱정과 근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선1~2기 군수를 보필하며 옆에서 보고 들은 것들도 있었을 것이고, 민선3~4기 군정에서는 전제왕조의 영의정격인 기획감사실장을 역임하며 나름대로 행정과 예산을 직접 주물렀던 경험이 있으니 이것저것 여러 가지 해보고도 싶고 실험과정에 있는 것도 혹여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들은 시간이 많을 때 가능한 것이거나 혹은 연습을 통해서 보다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이고, 지금의 인제군정은 민선 19년째로 접어들며 청년기를 벗어나 성인의 범주에 접어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더 이상 지체하고 멈칫거릴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성인이란 시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때란 것이다. 그렇듯이 중요한 시기에 남들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전력 질주로 달리기에 몰입할 때, 우리는 선후배가 진흙탕 속에서 10년 넘게 이전투구를 하고 있지 않았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현 군수는 그때 당시 군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공직생활이 30년이 넘었으면 그 오랜 기간 동안 보고 들은 풍월만으로도, 무엇을 하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공직생활이 아닌가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높은 벽이 있음을, 민선5기 이순선 군정으로부터 짧은 기간 동안 충분히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민간인 신분인 기자가 지켜본 인제군의 인사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현 군수가 취임이후 처음 인사를 단행하여 5급으로 승진임용한 모 공무원의 경우와 전보조치한 모 담당급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두 담당급은 각 각 5급으로 승진임용된 것과 타 부서로 전보된 차이만 있을 뿐, 회계책임자의 불법선거운동으로 당선이 무효된 전임자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들이 현 군수와 정치적 라이벌로 10.26 재보궐선거에서 당락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던 인제군 출신 4급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였다는 소문은 지역에 파다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이 그리고 여론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은 5급으로 승진시키고, 다른 한사람은 인제군청의 3대 담당급으로 손꼽히는 중요한 자리로 보직을 이동시켜 주었다.

선거가 끝나고 취임식이 이루어지고난 후 군청내의 대다수 공무원들조차 위에서 거론된 공무원들의 향후 인사에 대해, 이제 그들은 공직생활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확정 평가하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사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5급 승진과 요직기용이라는 뜻밖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누가보아도 기가 막히고 이해할 수 없는 인사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누가 일부 공무원들을 정치공무원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선출직에 출마하는 윗선에 줄을 대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선거에 출마한 양쪽에 줄을 대어놓고, 마누라는 한쪽 편 선거운동 하는데 가서 춤을 추고, 반대쪽에 와서는 “집안 식구끼리도 정치관이 달라서 그렇다.”고 그럴듯한 핑계만 대고 선거결과를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 다음에는 둘 중의 하나는 당선이 될 터이니 당선 된 쪽에 가서 “생각이 짧았다, 우리 신랑이 또는 우리 마누라가 옳았다.”고 한마디만 하면 승진도 되고 좋은 보직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조금이라도 더 서운하게 했다고 생각이 든다면 머리한번 푹 숙이고 허허허 하고 웃을 수 있는 사이들 아닌가? 한동네 같은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지간이니 말이다.

그러한 낡고 썪어빠진 구시대의 구태의연한 작태들이 민선20년이 다되어가는 오늘까지도 그대로 답습되어,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사사건건 행정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었음을 이제는 자각해야 할 때인 것이다. 선후배지간이 끼리끼리 나누어서 다해먹는 것은 나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각종 단체의 감투를 쓰고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들보다도 훨씬 능력 있고 뛰어난 스펙을 가진 사람을 제쳐두고 무슨 회장이니 무슨 위원이니 하며 지역의 크고 작은 일들에 심지어 기관장 채용 건 같은 것까지도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짓거리도 이제는 정말 그만두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최근 있었던 모 기관의 장을 뽑는 문제를 보아도 그렇다. 요즘이 어느 때인데 사람을 뽑으며 찬반을 묻고, 그것도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하였기에 문제가 생겨나지 않았었느냐 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손을 들어서 가부를 표시하는 식으로 기관의 책임자를 선출하는 것이 정말 합당한 행위였느냐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인제군 행정이니,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인생살이를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는 능력이 없어 인제군 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능력을 갖고 자격을 갖추고 있는 자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군민들에게 맞아죽어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할 짓인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러한 어이없는 행위들을 저지르고도 책임질 사람이 하나 없다는 것이다. 사과한마디 않는 행정이 인제군 행정인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회피 하려는 면피작전으로 위원회를 열고, 공정하게 한답시고 77만원이라는 예산을 떡 사먹은 셈이 되어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 인제군 행정인 것이다.

이러한 행정에 앞으로 남은 민선5기 2년 3개월을 그냥 맡겨두어야 할 지 정말 걱정스럽다. 이와 더불어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서로가 합의한 날짜에 일주일에 한번 의회에 나와서 정보를 공유하고, 한주일간의 의정활동을 되짚어보는 정기등청일에 등청을 안하는지 못하는지 하고 있는 군의원들도 함께 연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군의원들이 “의정비를 날로 먹고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듣고는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오늘 6일도 군의원들의 정기등청일 이었건만 정해진 시간에 군의회에 등청한 의원은 절반도 안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군의원들이 의정비를 날로 먹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얼마 후면 제6대 군의회도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 1년 7개월간 몇 건의 조례안을 발의했는지에 대해 정보공개를 신청하였으니 결과를 보고나서 절차를 진행 할 예정이다. 군의원들은 지난 기간 얼마만큼 군민들의 민원을 해결하여 주었는지와 공약은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정보고서나 다른 방법으로 주민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것이다.

군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2014년 임기 말까지 그냥 두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일부주민들의 의견이다. 주민소환을 통해 군의원들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는 주민들의 소리를 크게 듣고, 이제부터라도 달라진 새로운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와 주기를 기대하겠다.

한승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