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선거 출마자 ‘인물’이 없다.

정치하려면 전과(前科)기록 있어야 하나?

뚜렷한 소신도 공약제시도 없이 ‘무조건 출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점차 냉담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최근 중앙지 언론보도에 실린 금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 중, 1번이상의 전과기록을 가진 후보자들이 무려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뉴스보도를 접한 주민들은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전과기록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우스갯소리로 일부 출마자들에 대해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전과도 전과 나름이지 강력범죄에 연루된 전과기록들도 일부 보이고 있어,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인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13일로 발효된 공직선거법은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할 경우, 벌금 100만원이상을 선고받은 모든 범죄경력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증명서류를 제출하도록 개정되었다.

이는 기존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직무상 뇌물죄에 한해서만 100만원이상의 벌금을 받은 경우, 관련서류를 제출하였던 것보다 전과기록 공개를 크게 강화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일부 신인정치인들이 눈물을 삼키며 꿈을 접고 말았다는 이야기들도 지역 정가에 회자되고 있어 개정 공직선거법은 파괴력이 컸다는 후문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러함에도 유독 인제지역에서는 지방선거 출마자중 일부가, 정말 다양한 전과기록을 갖고 출마를 하였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확인이 가능해졌다.

처음 뉴스 기사를 통해 출마자들의 전과기록을 알게 된 주민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군민을 졸(卒)로보고 있거나, 지역 특정 학교출신이니 뚜렷한 소신도 공약제시도 없이 무조건 출마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전과기록과 관련한 문제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각 가정으로 배달될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를 통하여, 개별 출마자들의 전과기록들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물난에 시달리는 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각종 전과자들인 일부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기며 횡령, 농지관리법위반, 폭력 등 정말 많은 후보자 숫자만큼이나, 종류가 많아 백화점 같이 다양한 전과기록을 보유한 인제군의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한때의 실수로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죄를 짓게 된 억울한 후보자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역을 위해 큰일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정치인들이라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식견 있는 후보자에게 양보하는 미덕(?)은 왜 못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제 오늘로 6.4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지 6일째를 맞아,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분위기들도 조금씩 걷어내며 목청을 높여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23일은 기린면 현리 장날을 맞아, 무려 8대의 선거홍보용 차량들이 현리 장터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유세현장을 지켜보았다.

전과가 있건 말건 지역의 특정학교를 졸업하였으니 무조건 뽑아줄 것이라는 뻔뻔한 후보자들의 선거홍보차량에는, 그들이 억지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대형사진과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약인지 약속인지를 빨간색과 파란색글씨로 알록달록하게 적어 놓고 있었다.

선거홍보용 로고송조차 거의 없어진 금번 지방선거는 반복성 그리고 세뇌성 선거홍보 활동에 빠져들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선거이다. 따라서 우리 인제군민은 앞으로 더 나은 4년 후의 인제를 만들기 위해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서 투표에 임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지난 20년 가까운 지방자치제도 실험기간을 통해서 지방자치가 우린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고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아왔다. 또한 수준 없는 그리고 준비 되지 않은 얼치기에 엉터리며 과대포장 된 지역정치인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누가 과연 전문가인지 아무리 후보자들이 자신의 입으로 전문가라고 외치고 있어도, 유권자인 군민들이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읽어보고 제대로 된 사람 준비된 사람을 지역 대표로 선택하는 혜안을 길러야 할 것이다.

선거공보를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누구를 선택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누구를 찍어야할지 꼭 물어보고 투표를 하면 될 것이다. 남들이 다 누가 잘할 것이라고 한다면, 괜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함께 뜻을 모아서 그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는 말이다.

적어도 앞으로 4년만큼은 돈 많다고 그리고 지연과 학연에 기대어, 준비도 안된 상태로 출마한 정치인은 인제군에서 퇴출시켜보면 좋을 것이다. 다소 억울한 마음이 들더라도 왜 60%가 넘는 지역주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고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 그들과 함께 뜻을 모아보면 인제군의 앞날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승윤 기자